오마이스타

본문듣기

빚 14억에 20시간씩 자는 남편... 혼자 일하던 아내의 눈물

[TV 리뷰]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24.05.07 11:46최종업데이트24.05.07 11:46
원고료로 응원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하나의 감정 안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한다. '이건 두려운 거구나', '이건 미안한 마음이네' 감정의 차이를 인지해야 그 감정에 맞게 대처하는 방법도 알 수 있다. 본인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마음을 싫고 좋고로만 판단하니까, 감정에 맞는 대처법을 모르고 결국 '잠' 뒤에 숨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매일같이 무한 수면에만 빠져 사는 남편의 충격적인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5월 6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솔루션 <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 75회에서는 '잠자는 남편 귀에 경읽기-잠귀부부'편이 그려졌다.
 
최진수-이경자 부부는 결혼 10년 차로 충남 아산에 거주하고 있었다. 연애하던 시절, 남편은 아내에게 첫눈에 반하여 아산에서 용인까지 장거리를 매일같이 왕복하여 구애했고, 카페를 빌려 프로포즈까지 할 정도로 본래 적극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결혼 이후 현재의 부부는 일상도 생계도 포기하고 그저 매일 잠만 자는 남편의 무기력한 행태로 인하여 이혼을 고민할 만큼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었다.
 
목장 일에 육아까지 하는 아내... 20시간 자는 남편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아내는 2년째 시댁의 목장 일을 도우며 생활하고 있었다. 원래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던 아내는 출산 후 경력단절로 재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어쩔 수 없이 목장 일을 돕기 시작했다고. 본래 남편의 일이었던 목장 관리업무는 어느새 아내의 몫이 되어 버렸다. 또한 아내는 남편 때문에 불편한 관계가 된 시부모님과 어쩔 수 없이 목장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며 지내야 했다.
 
아내가 고된 목장 일에 아이 육아와 등교준비까지 혼자 감당할 동안, 남편은 하루 종일 내내 미동도 거의 없이 오직 잠만 자고 있었다. 충격적이게도 남편이 밝힌 바에 따르면 하루 평균 수면시간만 20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잠을 자느라 식사도 생리활동도 거의 하지 않은 남편은 "먹지 않으니까 화장실도 잘 안 가게 된다"고 고백하여 패널들을 경악하게 했다.
 
아내가 중간에 몇 번이나 열심히 깨웠지만 남편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깨우다 지친 아내는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잘 수 있지? 조금 심하다. 어떻게 해야 되지 싶었다"며 막막한 심경을 드러냈다.
 
남편은 본인이 계속 잠을 잘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건강 때문이라고 밝혔다. 남편은 신경무력증과 자율신경 실조증 등으로 오랫동안 약을 복용하며 치료를 받고 있었고, 약 기운 때문에 계속 잠을 자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내가 목장 일을 도우면서 부부가 합가하여 살게 된 최근 2년 사이에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고.
 
하지만 아내는 "약 기운 때문이라는 건 핑계 같다. 남편은 본인이 노력은 하나도 안하면서 약이나 병이라는 이유만 내세우니까 너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남편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목장에도 무단 결근을 밥먹듯이 일삼던 남편은,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등산을 위해서는 3일 휴가까지 내가면서 결국 등반을 완주했다고.
 
남편의 설명에 따르면 건강에 이상이 생긴 계기는, 군생활 도중 사격을 하고 나서 이명이 들리는 증세가 시작되었고 한의원에 가서 머리에 침을 맞은 이후 오히려 상태가 더 나빠진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런데 오은영은 남편이 처방 받은 약들을 분석한 결과, 어느 정도 수면을 유발하는 영향도 있지만 "남편이 잠이 오는 이유가 단지 약 때문만은 아니다"라는 진단을 내렸다.
 
오은영은 "남편의 증상들은 공황장애의 증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불안장애는 남편처럼 신체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내 "이 결혼생활을 왜 유지해야 하나"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한편 남편은 결국 무려 24시간 만에야 겨우 잠에서 깨어났다. 가장 오랜 시간 수면에 빠졌을 때는 코로나19 기간에 3일 동안이나 잠들었던 적도 있다고. 남편이 일어나서도 한 일이라고는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약을 챙겨먹으며 TV를 보는 정도가 전부였다. 가족인 아내와 아들과는 별다른 대화가 없었다. 심지어 깨어난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남편은 또다시 졸린 기색을 드러냈다.
 
답답한 아내는 무기력하고 가정에 소홀한 남편에게 쌓인 불만을 털어놨다. 아내는 "이 결혼생활을 왜 유지해야 하는 거냐"고 하소연하며 서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아내의 계속된 대화 시도에도 남편은 그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부부의 방송사연 신청 소식을 들은 시부모님이 방문했다. 시부모님은 방송을 통하여 아들의 좋지 못한 모습이 공개적으로 노출되는 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상황 해결이 중요하다는 아내는 "창피하다고 해서 이런 상태로 계속 놔두면 해결되는 거냐. 그동안 아무 방법도 통하지 않았으니 다른 방법이라도 시도해보자는 것"이라고 항변하며 "이대로는 못 살겠다. 왜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내와 부모님이 말다툼을 하는 도중에도 남편은 여전히 입을 닫고 끝내 한마디의 말도 없었다. 남편은 "누구 편을 들어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냥 대화를 그만하고 싶었다"라고 해명했다.
 
남편이 숨긴 또다른 문제는 막대한 빚이었다. 남편은 부모님의 제안으로 축산업에 뛰어들면서 축사를 건설하느라 많은 돈이 들었고 사기까지 당하면서 엄청난 빚을 지게 됐다.
 
시댁과 친정, 친척들에게까지 손을 벌리면서 빚은 무려 14억 2천까지 불어났다. 현재는 이자만 간신히 갚고 원금 상환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처지라고 한다. 정작 아내는 이러한 구체적인 사정까지는 모른다고.

남편은 "그때 죽고 싶었다"고 고백하며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난 빚에다가 건강 문제까지 겹치면서 "빚이 아니었다면 이 지경까지는 안 왔을 것이다. 현재는 모든 걸 포기했다고 보면 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오은영은 침묵으로 상황을 회피하는 남편의 태도에 대하여 "갈등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것은 결국 아내의 등 뒤에 숨거나 부모님에게 숨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내와 부모님은 더 힘들어진다. 침묵한다고 다툼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시부모님은 내가(아내) 얼마나 힘든지 모르시네. 시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나에 대한 고마움이나 미안함이 없어서 섭섭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잠으로 현실 도피하는 남편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한편으로 오은영은 남편의 진짜 문제에 대하여, 빚보다도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대처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이 없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남편은 비록 많은 빚이 있기는 했지만, 축사와 다수의 가축들을 모두 자신의 이름으로 소유하고 있어서 자산이 전무하다거나 아예 대책이 없는 절망적인 상태까지는 아니었다. 남편은 목장을 정리하고 다른 곳에 취업하고 싶다는 의지는 어렴풋이 있었지만, 정작 미래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나 노력은 전혀 없는 상태였다.
 
오은영은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스트레스는 있다. 남편은 스트레스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한다. 그런데 남편은 낙관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는 너무 비관적이고, 반대로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일은 가볍게 여긴다"고 지적하며 남편의 모순적인 태도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평소 심장이 아프고 빨리 뛰는 것 같다고 호소하는 남편의 심박수를 현장에서 체크한 결과 놀랍게도 '정상범위'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아내와 패널들은 모두 황당해하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머쓱해하는 남편에게 오은영은 "남편이 느끼는 것처럼 심장이 실제로 빨리 뛰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남편이 거짓말이나 꾀병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남편이 몸이 아프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라고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VCR에서 남편은 모처럼 약을 끊고 일어나서 목장 일도 하고 정상적으로 생활을 해보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체력이 금방 고갈된 남편은 지친 모습을 보였다. 남편은 말을 듣지 않고 과격한 행동을 하는 아이에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다가 결국 화가 폭발했다. 아내는 남편과 아들 사이에서 험악한 분위기를 말리느라 애를 먹었다.
 
알고 보니 아이 역시 ADHD 진단을 받아 2년 전부터 약을 복용하는 상태라고 한다. 아이가 아빠의 무기력한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하는 것도 고민이었다. 아내는 "아빠 노릇도 못 해주면서 왜 화를 내느냐"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남편은 다시 약을 먹고 잠을 청하면서 현실에서 도피했다. 남편도 속마음으로는 막연히 아이에게 잘해주고 싶은 의지는 있었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고 괴로워했다. 상황이 진정된 후 아내가 방구석에서 홀로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혼잣말로 "괜찮아, 괜찮아"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아내는 "모든 게 다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오은영은 "남편은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많은 배움이 있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내가 현재 어떤 마음의 상태인지, 감정을 배우지 못 한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내 마음이 어떻게 변하고 괴로운지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라는 것.
 
또한 아내가 눈물을 흘린 심리에 대해서는, 남편에게 화가 나서가 아니라,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자신의 노력이 통하지 않았다는 무력함과 절망감에 가깝다는 분석을 내렸다. 아내가 혼잣말처럼 이야기한 '괜찮아'라는 말은, 어쩌면 남편에게 가장 듣고싶었던 위로라는 게 오은영의 해석이었다.
 
부부를 위한 솔루션이 내려졌다. 오은영은 남편의 과다수면이 병이나 허약한 체질 때문이 아니라, '스트레스 대처 미숙으로 인한 신체증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으로 불안과 고통을 잊으려는 남편의 성향, 여기에 빚 때문에 일을 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무력감이 더해지며 남편이 '잠에서 깨어있을 이유'를 찾지 못하는 증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한 오은영은 모든 감정을 좋고 싫음의 문제로만 이해하는 남편의 문제를 지적하며, 싫은 감정도 미안함, 두려움 등 다양한 감정의 차이를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남편에게 현재 복용하는 약을 최대한 정리할 것을 조언하며 "약 뒤에 숨지말라"고 당부했다. 오은영은 "불안장애가 치료시기가 늦으면 기본적인 옳고 그름도 판단하지 못 하는 사람이 되거나, 지금까지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다. 현재 남편은 그런 상태까지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덧붙여 가정과 관련된 일, 육아, 경제문제를 아내과 함께 논의할 것을 당부하며 "구체적인 대책도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막대한 빚은 점점 더 절망스러워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비로소 미소를 되찾은 부부는 오은영의 솔루션에 따라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녹화가 끝나고 한 달 뒤 아내가 제작진에게 보내온 영상이 공개됐다. 다행히 남편은 솔루션 이후 매일같이 일찍 일어나 목장에 출근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었고, 아내와도 많은 대화를 나누며 소소한 일상을 함께 즐기고 있다고 고백했다. 부부는 앞으로도 서로를 위하여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결혼지옥 부부상담 신체증상 불안장애 오은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