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 우승부터 세계선수권 메달까지, 최고의 시즌을 보내던 경기도청 여자 컬링 팀. 왼쪽부터 신동호 코치, 김민지·설예은·김수지·설예지·김은지 선수.

그랜드슬램 우승부터 세계선수권 메달까지, 최고의 시즌을 보내던 경기도청 여자 컬링 팀. 왼쪽부터 신동호 코치, 김민지·설예은·김수지·설예지·김은지 선수. ⓒ 박장식

 
여자 컬링 대표팀 경기도청(김은지·김민지·김수지·설예은·설예지)에게 지난 2023-2024 시즌은 유독 길었다. 한국 컬링이 지금까지 밟지 못했던 첫 역사를 연달아 쓰면서 그야말로 역대 최고의 시즌을 보냈기 때문이다.

팀원들의 고른 활약에도 꽤나 긴 시간동안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던 한도 모두 풀어낸 경기도청 선수들. 그런 한풀이 답게 경기도청은 태극마크를 달자마자 세계선수권 동메달·범대륙선수권 금메달, 그리고한국 최초의 컬링 그랜드슬램 우승 기록을 한 시즌에 모두 써내는 기록을 만들었다. 

시즌이 모두 끝나고 귀국한 뒤, 6월로 다가오는 국가대표 선발전인 한국선수권 준비를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선수들. 선수들은 "우리끼리 팀워크를 더 다져서 국가대표 2연패도 노리고 싶다"며 웃었다.

극적 메달 따낸 원동력, "10년 전 4강 아쉬움 때문이었죠"

팀의 '맏언니' 김은지 선수는 지난 3월 출전했던 세계선수권이 개인 통산 다섯 번째 출전이었다. 2011년 리드로 출전했던 첫 출전을 시작으로 소치 올림픽이 있던 시즌에는 4강에 오르는 등 플레이오프에 두 번이나 올랐지만, 메달은 13년 만에 품에 안았다.

김은지는 "사실 이번에 부담이 많았다"면서도, "그 때와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었다. 이어 "다섯 번째 세계선수권에서 드디어 첫 메달을 따게 되어서 너무 행복했었다. 사실 금메달을 꼭 따겠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그 점이 잘 되지 않아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역대 최고의 시즌'이었다. 팀에게 다가온 목표를 모두 이룬 시즌이었기 때문이었다. 김은지는 "올 시즌 들어가기 전에 그랜드슬램 우승, 세계선수권 메달, 그리고 범대륙선수권 우승을 모두 목표로 했었다"며, "그런데 이 목표를 모두 이뤄서 너무 좋았다. 내년에 더 좋은 모습으로 나오도록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민지 선수도 올 시즌은 '한국 첫 기록'을 만든 시즌이었다. 국내 컬링 선수 중에서는 두 개 이상의 세계선수권 메달을 품에 안은 '멀티 메달리스트'가 이제껏 없었다. 물꼬를 튼 것은 김민지 선수였다. 2019년 춘천시청 시절 한국 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을 땄던 김민지는 올해 세계선수권에서도 메달을 추가했다.

김민지 선수는 담담했다. "막상 그렇게 멀티 메달리스트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면서도, "내가 갖고 있는 메달 색깔이 바뀔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더 크지만, 팀워크가 좋았던 덕분에 언니들과 함께 이번에 또 메달 딸 수 있어서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설예지 선수도 "민지가 테이크아웃 샷을 너무 잘했다. 서드에서 민지가 길을 열어주니까, 은지 언니도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특히 은지 언니가 긴장이 될 때면 민지가 컨트롤을 잘 해준 덕분에 이번 시즌에 너무 잘한 것 같다"며 김민지 선수를 칭찬했다.

되려 김민지 선수는 "내가 못 할 때 언니들이 잘 해준 덕분"이라며 수줍어했다.

"빙상장에서 국내 대회 없는 것 아쉬워"
 
 지난해 11월 열린 범대륙선수권에서 우승을 확정짓고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경기도청 선수들.

지난해 11월 열린 범대륙선수권에서 우승을 확정짓고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경기도청 선수들. ⓒ 세계컬링연맹 제공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소식도 많다. 6월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인 한국컬링선수권대회가 사상 처음으로 의정부에서 열리고, 여기서 선발된 여자 컬링 국가대표가 내년 3월 열리는 세계 여자 컬링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의정부가 '홈'인 선수들에게는 가장 기대되는 대회다.

김은지 선수는 "사실 홈 그라운드에서 세계선수권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있으리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의정부에서 경기를 하면 '우리가 꼭 나가야 해'라는 생각을 했다"고 유치 확정 당시를 돌아봤다.

이어 김은지 선수는 "의정부에 친구와 가족들도 살고 있어서 사실 더 기대를 많이 하는 것 같다"면서, "지금 하던 대로 잘 하면 또 국가대표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국내 실업팀 선수들이 잘 하는 편이라 한 경기 한 경기 마음 놓지 않고 하려 한다"고 각오했다. 

김은지 선수는 한국 컬링의 발전을 위한 '작심 발언'도 했다. 김은지 선수는 "사실 국내 대회는 전용 컬링장에서 많이 치르지만, 세계선수권 같은 국제대회는 빙상장이나 체육관에서 하기 때문에 컬링장과 아이스 상태가 다를 때가 많다. 특히 아이스 상태가 더욱 변화무쌍하다"고 말했다.

그러며 김은지 선수는 "과거 국내 컬링장이 적었을 때는 빙상장 대회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국내 대회들이 컬링장에서만 열리는 것이 아쉽다"며, "국내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맞는 경험이 많지 않은데, 국내 대회도 앞으로 빙상장에서 유치된다면 선수들의 경험치가 많이 올라올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청 팀은 지난 시즌 동안 많은 대회에 출전하면서 쌓인 데미지가 컸다. 선수들은 의성군수배 출전을 포기하고, 6월 한국선수권 전까지는 휴식과 훈련을 선택했다. 설예은 선수는 "우리끼리 더 팀워크를 맞추고, 시합하는 데 있어서 있었던 문제 등을 보완할 생각"이라며 말문을 뗐다.

이미 경기도청의 팀워크는 국내 실업팀 중 최강으로 평가받는 수준. 팀워크에 대해 자세히 묻자 설예은은 "물론 소통은 지금도 잘 되지만, 더 좋게 만들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며, "개인의 능력이나 장점을 살릴 수 있게 훈련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김은지 선수도 "6월 한국선수권에서는 우리가 하던 대로만 된다면 좋겠다. 무언가 특별히 준비하기 보다는, 죽어라 연습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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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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