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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자책점 0.35 이형범이 쓰고 있는 기적

[KBO리그] 11일 kt전 6.1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 NC 5연승

17.06.12 10:11최종업데이트17.06.1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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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가 안방에서 열린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하며 5연승으로 한 주를 마감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NC다이노스는 11일 통합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7안타를 터트리며 5-0으로 완승을 거뒀다. 1회 1사 만루에서 유격수 땅볼로 타점을 올린 모창민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2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한 지석훈은 5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을 작렬했다(시즌4호).

사실 NC는 외국인 투수 제프 맨쉽의 부상 이탈 후 선발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NC가 KIA 타이거즈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대체 선수로 투입되는 젊은 투수들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은 작년 시즌까지 1군 무대에서 단1승도 없었던 프로 6년 차 이형범이 6.1이닝 6피안타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NC마운드의 '깜짝스타'로 떠올랐다.

프로 입단 후 수술과 군복무, 부상으로 아쉽게 보낸 5년

전남 화순군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 내내 고향을 떠나지 않은 이형범은 2011년 화순고를 청룡기 8강으로 이끌면서 주목 받았다. 비록 8강에서 변진수와 류지혁(이상 두산 베어스)이 버틴 충암고에게 패하며 탈락했지만 화순고는 '작은 거인' 김선빈(KIA 타이거즈)이 활약하던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전국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 같은 이형범의 활약을 눈 여겨 본 NC는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생 구단 특별 라운드를 통해 전체23순위로 이형범을 지명했다. 나성범, 이민호, 박민우, 김성욱 등과 함께 당당히 제9구단 NC의 창단 멤버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형범은 고교 시절부터 팔꿈치가 좋지 않았고 입단과 동시에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입단 첫 해 공식경기에서 한 번도 마운드에 서지 못한 이유다.

팔꿈치 재활을 마친 이형범은 2013년 4월 21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1군 데뷔전을 가졌다. 하지만 2경기에서 4.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7.71로 부진했고 이형범의 짧은 1군 나들이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2013년 퓨처스리그에서 15경기에 등판해 5승1패1세이브 4.01로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올린 이형범은 시즌 후 병역 의무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이형범은 경찰 야구단 첫 해였던 2014년 30경기에서 9승1패2홀드 4.00을 기록하며 북부리그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당시 이형범과 함께 북부리그 공동 다승왕을 차지했던 kt의 에이스는 바로 오늘날 KBO리그 최고의 우완 투수로 성장한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이었다. 이형범은 2015년에도 15경기에 등판해 6승을 올리며 수술 후 부족했던 실전 경험을 착실히 쌓아 나갔다.

이형범이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을 때 NC는 하위권에 허덕이는 신생팀에서 우승을 노리는 신흥 명문으로 성장해 있었다. 이형범은 설상가상으로 허리 부상까지 겹치며 전역 후 첫 시즌에 1군 무대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고 퓨처스리그에서도 8경기 등판에 그쳤다. 이형범은 함께 NC에 입단해 꿈을 키우던 박민우, 이민호, 김성욱 등이 팀의 간판스타로 성장한 모습을 쓸쓸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불펜에서 무실점 행진 벌이다가 두 번째 선발 경기서 데뷔 첫 승

작년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NC는 올해도 두 명의 외국인 선수와 이재학, 최금강, 구창모, 장현식, 정수민 등으로 선발진을 꾸릴 계획을 세웠다. 불펜에도 마무리 임창민을 비롯해 셋업맨 원종현, 김진성, 이민호 등 주력 투수들이 대부분 우완일색이다. KBO리그 최저 연봉을 받는 무명의 이형범은 상대적으로 기회를 얻기 힘들 수밖에 없다(그렇다고 이형범이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도 아니다).

하지만 이형범은 시범경기에서 홀드 3개를 기록하며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물론 필승조가 아닌 추격조에 배치된 탓에 등판 간격이 일정하지 못했고 1군과 2군을 수시로 오르 내리긴 했지만 일단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오면 언제나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 실제로 이형범은 5월까지 10경기에서 16.2이닝을 던지며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이형범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이어가자 김경문 감독은 지난 6일 롯데전에서 이형범에게 선발 기회를 줬다. 롯데의 에이스가 된 박세웅과 맞대결을 벌인 이형범은 3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단 2개의 안타만 허용하며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지나치게 신중한 투구를 펼치다가 사사구를 4개나 허용했지만 김경문 감독은 마운드에서의 침착함을 칭찬하며 이형범에게 또 한 번의 선발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형범은 11일 kt와의 홈경기에서 '인생투'를 펼치며 NC 입단 6년 만에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6.1이닝 동안 82개의 공을 던진 이형범은 6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볼넷을 단 하나만 내주며 kt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당연히 이형범의 프로 데뷔 후 최다 투구 수와 최다 투구 이닝 기록이다. 4회에는 무사 1루에서 손시헌이 유한준의 안타성 타구를 병살로 처리하며 이형범의 데뷔 첫 승을 도왔다.

올 시즌 26이닝을 던지는 동안 자책점이 1점에 불과한 이형범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무려 0.35에 달한다. 올해 1군에서 2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에서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투수는 KBO리그 전체에서 이형범 한 명 뿐이다. NC 내에서조차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프로 6년 차의 무명 투수 이형범이 올 시즌 작지만 의미 있는 기적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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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NC 다이노스 이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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