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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목물떼새가 셋째 알을 낳고 품었다
▲ 세째알이 태어났다 흰목물떼새가 셋째 알을 낳고 품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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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입니다! 셋째 아기 탄생일!"

경이로웠다. 흰목물떼새 부부는 물에 빠졌던 두 알과 함께 셋째 알을 낳고 품었다. 세종보 농성 천막의 아침 일과는 하중도에 낳은 멸종위기 2급 야생조류인 흰목물떼새 알의 안전을 확인하는 일이다. 두 번이나 물에 잠겼고 세종보 재가동 공사로 계속 근처를 파헤치는 중장비 괴성에 혹시나 새들이 떠나지 않을까, 알들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물에 빠진 알 주변에서 울던 어미새... 천막농성과 동병상련

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우린 동병상련을 함께 겪는 동지다. 지난 4월 30일,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주장하며 세종보 상류 300m 하천부지에 농성천막을 칠 때 물길 건너편에서 발견한 첫째 알. 세종보 담수로 수장되는 생명이 비단 한 알의 물떼새알뿐이겠는가. 농성장에 끊이지 않는 연대와 지지의 발길, 두 차례 담수에도 물에 잠긴 알 주변을 맴돌며 울던 어미새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래도록 전승된 제 몸에 익은 본능과 감각대로 둥지를 찾아 알을 낳았을 텐데, 4대강 사업으로 보가 설치되고 옛 금강에 대한 그들의 오랜 감각은 여지없이 흔들리고 있다. 부모새의 미숙함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참사다. 심지어 그들을 멸종위기종이라 이름붙인 뒤, 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지질적 특성이 다른 돌들이 모이는 금강
▲ 강가의 검고 납작한 돌  지질적 특성이 다른 돌들이 모이는 금강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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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돌 이야기를 나눠준 세종시민
▲ 돌을 살펴보는 세종시민 강의 돌 이야기를 나눠준 세종시민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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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가 살아있는 강에 다양한 종의 생명체가 깃들듯이, 농성장을 찾는 사람들의 이유도 다양하다. 우연히 천막농성장 옆을 지나던 한 세종시민이 들려준 돌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돌을 보러 자주 금강을 걷는다는 그는 검고 납작한 돌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말을 요약해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 먹물을 살 돈이 없던 이들이 강가의 검고 납작한 이 돌을 종이삼아 물로 글씨 연습을 했다. 또 여기 돌들은 다 출처가 있다. 지질적 특성이 다른 돌들이다. 장수와 옥천 등에서 온 돌들이 금강을 타고 여기 세종보 농성장 앞까지 온 것이다. 또 돌을 보는 사람들은 집으로 가져가서 '내 것'으로 소유하지 않고 강변에 잘 모아둔다.'

그는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이 장소를 단번에 알아본다"면서 그 비밀장소를 보여주기도 했다. 세종보 재가동 소식을 들은 그는 "있는 그대로의 강이 아름다운데 왜 전부 수장시키려는 걸까"라고 되물으면서 "세종보로 담수되면 금강 줄기 돌들이 모이는 사연과 이야기들도 수장된다"라고 아쉬워했다.

세종보 담수하면 수장되는 이야기 그리고 생태계... 무엇을 위한 재가동인가  
 
 생명들이 함께 사는 강이 살아있는 강
▲ 세종보가 닫히면 새들의 내일은 수장된다  생명들이 함께 사는 강이 살아있는 강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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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인가. 우리가 매일 살피던 물떼새의 이야기도 같이 수장될 수밖에 없다. 살아있는 강이 만들어내는 생명의 이야기, 자연의 이야기들은 어떤 정치인의 지방선거용 성과나 자랑거리와 바뀌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맞바꾸는 이야기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4대강 사업으로 만든 16개 보 중에 유일하게 장기간 개방돼 자연성 회복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세종보와 공주보다. 환경부는 이 두 개 보를 통해 '농업용수 부족을 해결하고 홍수에 따른 주민 피해를 줄이겠다'고 주장하지만 핑계에 불과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 때는 이같은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자료도 나왔다.

실제로 충남지역에 많은 비로 홍수가 났을 때 세종보와 공주보는 빗속에 잠겨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처참히 잠겨있던 보의 모습을 벌써 수차례 목도됐다(관련 기사 : "4대강사업 없었으면 어쩔 뻔"? 10년전도 지금도 거짓말 https://omn.kr/1rfxs ) 

우리는 매년 4대강 사업의 거짓말과 속임수가 증명되는 것을 봤다. 2018년 세종보를 개방하고, 공주보를 개방하기 시작한 이후 금강과 그 주변은 수질이 개선되고 악취가 사라졌다. 또한 치명적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함유한 녹조도 사라졌다. 큰빗이끼벌레, 깔따구 대신 여울과 풀, 모래가 어우러진 강으로 돌아온 것이다. 

강이 살아나니 강을 벗삼아 살던 흰목물떼새가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고, 사람이 발견해 온 강돌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가 돌아오고 있다. 어느 정치인의 자기자랑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우리와 생명의 이야기다. 

썩은 강에서 경제를 살린다는 주장은 허구  
 
 멸종위기종 물떼새 둥지를 위협하고 있다
▲ 세종보 재가동 공사 현장  멸종위기종 물떼새 둥지를 위협하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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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장은 세종보 수문 닫고 물을 채워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세종보 상류에 오리배를 띄우고, 수륙양용차를 운행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물을 채워야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도시 위상도 높아진다는 논리다.

공주시장은 공주보 수문을 닫고 물을 채워 '금강 옛 뱃길 살리기'를 한다고 나서고 있다. 공주보부터 세종보까지 황포돛배를 띄워 공주시 관광을 활성화해야 천년도시 공주의 위상이 올라가고 경제도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물만 채우면 금방이라도 황금알을 낳아주는 오리가 생겨나는 것처럼, 망상에 가까운 논리로 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악취가 풍기는 썩은 강에서 경제가 살아날 리 없다. 진짜 지역발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하면 경제 발전된다"는 구시대적 논리로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을 마구 짓밟고 있다.
 
 백제문화제 유등을 띄우겠다며 공주보를 담수해 고마나루가 뻘로 뒤덮혔다.
▲ 공주보 담수로 생긴 뻘을 걷는 시민들  백제문화제 유등을 띄우겠다며 공주보를 담수해 고마나루가 뻘로 뒤덮혔다.
ⓒ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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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와 공주보 수문이 닫혀서 우리가 얻은 것은 녹조로 뒤덮인 강, 악취로 가까이 갈 수 없고 새조차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이었다. 백제문화제 때 황토돛배를 띄워야 해 담수해 공주시 살림은 많이 나아졌느냐 물으면 답하는 이가 없다. 답하는 자가 없어 우리는 잠겨버린 고마나루의 펄을 퍼서 환경부 앞에 쌓고 보여줬다.

오랫동안 강에서 함께 살던 수달도, 이름은 몰랐어도 빠르게 모래로 숨어들던 물살이들도 사라져버린 지금, 환경부에 천막을 치고 묻고 있다. 세종보를 왜 재가동 하는가, 30억 원가량의 국가예산을 투입해 발이 푹푹 빠지고 악취나는 펄밭을 만들고 멸종위기종 2급 물떼새들의 삶을 파괴하는 일을 환경부가 나서서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환경의 최후 보루여야 할 환경부가 대답해야 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그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

"장벽을 걷어내고 마음껏 굽이쳐라, 4대강!"

농성장을 지키고 있으면, 청아한 새소리조차 비명처럼, 절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에 빠진 알을 다시 품는 어미새의 몸짓은 새끼 새를 살리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하지만 생명을 살리는 우리의 싸움은 절박하지만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이어야 한다. 

내일(5월 6일) 오후 3시, 천막농성장이 있는 금강스포츠공원에서 세종, 대전시민들이 함께 금강의 생명을 지키고 싸우기 위해 '온생명 어울림 문화제'를 연다. 밴드 프리버드, 편경열의 공연과 함께 우리가 왜 농성천막을 쳤는지, 또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에 맞서서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이야기 마당이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외칠 것이다. 

"강은 흘러야 한다."

[관련 기사] 
"우리는 물에 빠진 새알과 연대합니다, 생명의 강에서" https://omn.kr/28k4c

 

태그:#금강, #대전충남녹색연합, #세종보, #공주보, #흰목물떼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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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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