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해도 어린이들만큼은 순수하고 정의로워"

[인터뷰] 서산 출신 정이립 동화작가

등록 2024.05.07 14:16수정 2024.05.0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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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립 동화작가는 아기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동화를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방관식

 
정이립 동화작가는 반듯하고 쾌활했다.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는 사람은 이래야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탄탄한 내공을 갖기까지 출산, 육아, 경력 단절 등 그에게도 숱한 어려움이 있었고,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고단한 수고로움이었다.

그래도 정 작가는 포기하지 않았다. 길가에 버려진 자전거처럼 동화를 쓰겠다는 꿈을 팽개칠 수는 없었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엄마는 포기한 사람'이라는 미안한 마음도 갖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오기와 노력 탓에 아이와 엄마라는 2개의 독자층을 만족시켜야만 하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계에서 정 작가는 8권의 작품을 선보인 생존(?)한 중견 작가가 됐다.

정 작가는 자신만의 속도로 앞으로도 작품을 쓰고, 아이들과 만나겠다고 했다. 벅찬 성취감 만큼이나 실패의 순간도 많은 것이 동화를 쓰는 작업이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기에 은퇴는 아주 먼 훗날에나 생각해 보겠다며 웃었다.

고향 서산을 찾은 정이립 작가와 동화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동화 작가의 삶 매력적일 것 같다.
"일단 동화작가의 삶은 좋습니다. 아이들이 좋기 때문이죠. 먼저 제가 동화를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부터 말씀드리고 싶어요. 결혼 후 아이를 갖게 되면서 경력이 단절되었고, 아이를 키우면서 읽게 된 동화가 제게 새로운 꿈을 꾸게 했어요.

둘째를 낳고 산후 우울증에 빠져 있을 때 친구의 소개로 '동화 읽는 어른 모임'에 가서 함께 동화를 읽었습니다. 모임에 나가 동화를 읽으면서 산후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꿈도 꾸게 되었죠. 그때 읽은 동화들은 정말 좋은 작품들이었어요. 동화 읽기가 쌓여가면서 '나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스며들었고,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읽었을 때는 쓰고 싶다는 마음이 확실하게 생겼어요. 


동화를 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동동거리고 있을 때, 동화 쓰는 모임이 다음 카페에 있다는 소개를 받고 그 카페에서 만난 글 벗들과 동화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마침 서산 생활을 접고 경기도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히 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익혔습니다. 

세상이 변해도 어린이들만큼은 여전히 순수하고 정의로워요. 옳고 그름을 분명히 알지요. 그런 어린이들이 제게 이야기가 재밌다, 좋다는 말을 전해줘요. 어린이들은 어떤 사심도 없고 대가도 없어요. 오직 마음을 나눌 뿐이지요. 그런 순간들이 기쁨이고, 제가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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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8권의 동화를 선보인 정이립 작가는 어린이들은 사심도 없고 대가도 없이 오직 마음을 나누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 방관식

 
- 아이들을 위한 동화와 일반 소설을 쓰는 것의 차이점은?
"동화는 어린이부터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문학이고 소설은 일정 연령부터 읽을 수 있는 문학이죠. 음식에 비유한다면 어린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어른이 먹는 음식이 다르듯 어른에게는 독한 술을 권해도 되지만 어린이에게는 안 되는 것과 같아요. 

동화는 어린이에게 들려줘도 되는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쓰되, 어린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큼 재밌고 어른들이 보기에도 유익해야 하는 글을 써야 하는 거예요. 

동화가 읽기는 쉬워도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끔 어른들이 동화를 읽고 쉽고 재미있으니까 이런 글은 '나도 쓰겠다' 하시거든요. 쉽게 읽히기 위해 동화 작가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고향이 서산이다. 기억나는 추억이 있는지?
"부모님과 가족들이 살고 있어서 마음만은 여전히 서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산여고를 다닐 때 서산 시내에서 주최하는 백일장을 나간 기억도 있고, 거기서 수상을 하는 뜻밖의 경험을 통해 제가 글쓰기에 '약간의 재능이 있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한 인사도 드리고 싶네요. 제가 작가가 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1983년에 부석초에 근무하셨던 장명자 선생님)과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91년에 서산여고에 근무하셨던 이경미 선생님) 덕분입니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아직 찾아뵙지 못했어요. 

초등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아침마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를 읽어주셨어요. 짧게 편집된 책이 아닌 완역본 동화책이었던 것 같아요. 그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학교 가는 길이 즐거웠고, 책이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책을 좋아하게 돼서 글을 잘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소식을 아시는 분이 있다면 제게 연락을 주시기를 당부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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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시대 책 표지 ⓒ 정이립

 
- 그동안 쓴 동화들에 대해 설명한다면.
"제가 쓴 책으로 ▲네가 온 날 ▲1학년 3반 김송이입니다 ▲생쥐처럼 ▲방귀쟁이 할머니 ▲구름사다리로 모여라 ▲내 이름을 부르면 ▲닝컨시대 ▲고백시대가 있어요. 계약 중인 작품이 하나 더 있고, 지금은 다음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네가 온 날>은 둘째를 낳던 때의 이야기예요. 글은 제가 쓰고 그림은 출판사에서 연결해 준 고우리 작가님이 그려주셨는데, 보면 볼수록 마음이 행복해지는 그림책입니다. 

<1학년 3반 김송이입니다>는 앵두가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 1학년의 설레고 두려운 순간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은 이야기에요.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 읽기 독립을 하는 어린이들에게 선물하면 좋습니다. 

<생쥐처럼>은 아이들이 주말 지낸 이야기할 때의 이야기가 담겼어요. 동생네가 맞벌이 부분데 두 아이를 두고 일터로 나가면서 마음이 짠하더라구요. 그런데 조카들은 씩씩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방귀쟁이 할머니>는 부모님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쓰게 되었어요. 저희 어머니가 무척 씩씩하거든요. 방귀쟁이 며느리의 후손이라는 설정 하에 손녀딸과 할머니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지는데요, 뭐든 나누는 어머니들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내 이름을 부르면>은 동화 공부를 하다가 꿈을 접을 뻔했을 때 만났던 버려진 자전거의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말에도 썼지만, 공모전에 계속 낙방하고 몸도 마음도 지치고 글도 잘 써지지 않아 힘들었어요. 꿈을 포기하고 싶은 기로에 있을 때 산책하다가 발견한 자전거를 보고, 다시 한번 더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꿈을 향해 달렸죠. 이후 저도 작가가 되었고 버려진 자전거도 제 이야기 속에서 황금 날개를 펼치고 날고 있습니다. 제게 특별한 동화입니다. 

<닝컨 시대>는 등단 작품이었던 단편 동화가 장편 동화가 되었습니다. 첫 장편이었고, 이 작품을 쓰면서 이야기가 확장되었어요. 이후에 고백을 주제로 연작 동화를 써서 같은 출판사에 냈을 때, 시리즈 작품처럼 ~시대를 붙여 <고백 시대>가 되었습니다.

두 책 덕분에 다음번 시대 시리즈가 계획 중에 있습니다. <닝컨 시대>와 <고백 시대>는 초등 고학년 대상 동화인데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고 감동 받았다는 얘기, 어린시절 첫사랑이 생각난다는 얘기를 종종 해주시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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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사다리로 모여라 책 표지 ⓒ 정이립

  
- 앞으로 어떤 동화를 쓰고 싶은지?
"다음 출간될 작품은 버려진 닭의 이야기입니다. 출판사에서 출간 준비가 끝나면 만나보실 수 있고요. 지금은 시대 시리즈의 이야기를 쓰는 중입니다. 영어덜트와 소설에도 관심이 많아 도전하고 싶고, 도전해 볼 계획입니다. 다음 출간될 작품도 계속 응원해 주세요. 아기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게 더 노력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
#정이립 #동화작가 #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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