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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빠진 도로에 사람만이 가득하다. 아스팔트의 감촉을 느끼며 피식 웃는다. 도로를 활보한다는 짜릿함에 무르익을 즘 안전고깔이 날아다니는 신기한 광경을 마주한다.
 
국내 대표 거리예술축제인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4일 막을 올렸다. 국내공식참가작 ‘걸작들’의 ‘신호수vs신호수’가 관객과 호흡하고 있다.
 국내 대표 거리예술축제인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4일 막을 올렸다. 국내공식참가작 ‘걸작들’의 ‘신호수vs신호수’가 관객과 호흡하고 있다.
ⓒ 배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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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5월 4일부터 6일까지 안산문화광장, 안산호수공원 일대에서 시민을 만난다. 네스앙스 건물 앞, 안전모와 형광조끼를 장착한 청년들이 '안전! 안전! 안전!' 구호를 외친다.

'걸작들'의 <신호수vs신호수>는 건설 현장, 기관 등에서 신호를 맡는 '신호수'를 소재로 '노동에 가려진 사람'에 주목한다. 신호수로 변신한 네 명의 배우(윤예은, 권혁재, 송윤아, 이창균)는 칼 각을 잡고 적확한 신호를 보낸다. 흐트러짐 없이 신속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기계처럼 보이지만, 계속된 노동에 지친 이들은 때마다의 감정을 호소하며 '사람'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때 기계 신호수의 등장. 이를 가운데 둔 '사람'들은 그것의 장점을 인정하기도, 노동의 모순에 콧방귀도 뀌지만 끝내 '대체'의 불안에 몸부림친다.

배우는 서로의 몸을 활용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또한 일상적이고 친근한 대사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한창 공연 준비로 바쁜 연출이자 배우 윤예은 대표를 2일 만났다.
 
2일, 공연 장소 근처에서 네 명의 배우가 리허설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윤아, 권혁재, 윤예은, 이창균.
 2일, 공연 장소 근처에서 네 명의 배우가 리허설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윤아, 권혁재, 윤예은, 이창균.
ⓒ 배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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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 처음 참여한다고요.

"서울거리예술축제, 수원연극축제 등 다른 축제엔 참여한 적이 있는데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처음 참가해요. 타 축제에서도 배우로만 출연했었고 연출로는 이번이 처음이라 더 감회가 새로워요. 거리극에 관심이 생긴 이후 거의 매년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공연을 보러 왔어요. 축제에 오면 참신한 공연을 많이 접할 수 있어 좋아요. 2018년 스페인 팀 '마뒤샤'가 선보인 '여자'는 키다리를 활용한 공연이었는데, 처음엔 단순했던 움직임이 나중엔 의미가 쌓여 큰 울림을 줬어요. 이번에도 다양한 공연으로 영감을 얻고 싶습니다."

- 거리극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아직 대학생일 때 전공인 연극만 주로 하다가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 거리극도 도전했어요. 2017년 서울거리예술축제에서 프랑스 단체 '아도크'의 '비상'이라는 작품에 참여한 게 제 첫 거리극이에요. 청년의 고민에서 출발해 여러 사회 문제를 담은 공연이었죠. 이때까지만 해도 거리극에 대해 버스킹 정도로만 이해했는데, 관객이 배우를 따라 이동한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거리극은 우연히 들른 관객이 많아요. 일부러 찾아오는 분도 물론 있지만, 지나는 길에 쓱 보는 분들도 있는 거죠. 특별한 해프닝을 선물한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져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여러 거리극 단체에서 활동하던 윤예은은 아예 자신의 단체를 만들었다. '걸작들'은 그가 만든 공연예술팀으로 2020년에 창단해 본격적인 활동은 2023년부터 시작했다. 이웃에 대한 공연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부터 이번 '신호수vs신호수'까지 윤예은을 포함한 네 명의 배우가 공동창작했다. '걸작들'은 세상이 발전하면서 생기는 부작용, 사라지는 것을 조명한다. 관객이 공연을 통해 지난 삶을 돌아보고 다시 서로 사랑하는 게 단체의 목표다.
 
2023년 6월, ‘신호수vs신호수’ 공연이 종로 주택가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2023년 6월, ‘신호수vs신호수’ 공연이 종로 주택가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 배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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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호수vs신호수'의 처음 공연은 주택가였다고요.

"서울 종로 세검정 근처 주택가에서 공연했어요. 할머니 댁 근처라 알게 된 장소였는데, 재건축 건설 현장이 있었어요. 그 주변 장소를 이동하며 공연했습니다. 생활 장소는 공연하기에 많은 불편함이 따라요. 화장실을 찾는 일이나 공연할 장소를 확보하는 것 등이요. 그래도 이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던 건 거리극의 매력이었어요. 공연을 알고 찾아오는 사람 외에도 지나는 길에 보고, 또 감동 받는 관객이 있었어요. 많은 고민과 불안이 보상받는 순간이었죠. 언젠가는 공연 장소 근처에 사는 어떤 할아버지가 저희를 불러 마당에 있는 살구를 따 주셨어요. 살구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보드랍고 향기로웠어요."

- 주택가에서 광장으로 옮겨왔네요. 저번 공연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작년부터 네 명의 배우가 함께했는데 이번에 한 명이 교체됐어요. 공동 창작을 하기에 새로운 팀원의 이야기도 녹여야 했는데, 시간이 많이 들어도 결국엔 좋은 합을 맞췄어요. 또 연습을 거듭하며 새로운 움직임도 추가해 볼거리가 풍성해졌습니다."
 
4일, 거리극 ‘신호수vs신호수’가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래부터 권혁재, 송윤아.
 4일, 거리극 ‘신호수vs신호수’가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래부터 권혁재, 송윤아.
ⓒ 배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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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위에 사람이 우뚝 서고 돌아다니는 등 커다란 움직임이 눈에 띄어요. 꾸준한 훈련 없이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 동작은 '핸드 투 핸드'라고 해서 다른 도구 없이 손으로 사람을 올리는 서커스 기술 중 하나예요. 이 외에도 두세 사람이 서로의 무게를 주고받으며 균형을 찾는 움직임을 많이 써요. 물구나무를 서서 상대의 어깨에 다리를 걸고, 앞으로 숙여 그 어깨 위에 올라탄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한 명만 잘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합심했을 때 완성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연습 때마다 집중해서 처음의 마음으로 임합니다. 안 그러면 다칠 수 있거든요. 다양한 동작을 탄탄히 연습 중입니다."

- 이번 안산국제거리국축제에서 총 93개의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고요. 다른 거리극과의 차별성은요?

"다채로운 움직임과 현실감 있는 대사로 다각도에서 즐길 수 있어요. 배우가 자기 생각과 경험을 발화한다는 게 흥미로운 점이고요. 일상 속 안전고깔, 펜스 등이 다양한 형태로 변형돼 탈 일상을 경험할 수 있어요.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일상에서 발견한 신호수 관련 사진을 동료들과 종종 나눠요. 작품 전에는 별 의미 없는, 엑스트라 같은 물건이었는데 이제는 이야기가 붙어 보이는 거죠. 저희뿐 아니라 작년에 공연을 본 관객도 그런 현상이 있다고 들었어요. 공연에서 탈 일상을 경험하고 끝나는 게 아닌,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여러 의미를 곱씹을 수 있는 거죠."

- 공연 기간이 3일이에요. 이후 계획은요?

"수원연극축제 '숲속의파티'에도 '신호수vs신호수'로 참가해요. 경기상상캠퍼스에서 5월 18일, 19일에 공연하니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놓친 분들은 이때 보러 오셔도 좋겠어요. 도로가 주 무대였던 안산과 달리 공원에서 하는 공연이라 느낌이 또 다를 거예요."
 
- 이 공연을 꼭 봤으면 좋겠는 '이런' 사람이 있다면요?


"왜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 사람, 자신이 기계의 부품처럼 느껴지는 사람이요. 관객에게 잔잔한 위로가 되도록 함께 발끈할 거예요. '당신은 가치 있는 존재야! 굳이 존재를 증명하지 않더라도 당신 자체로 충분히!'. 일에 지치거나 회의를 느끼는 분께 이 공연을 바칩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국내공식참가작 '걸작들'의 '신호수vs신호수' 포스터.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국내공식참가작 '걸작들'의 '신호수vs신호수' 포스터.
ⓒ 배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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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국제거리극축제
일시: 2024년 5월 4일, 5일, 6일
장소: 안산문화광장, 안산호수공원 중앙광장 일대

국내공식참가작 '걸작들'의 '신호수vs신호수'
일시: 2024년 5월 4일 오후 3시, 5일 오후 5시 30분, 6일 오후 3시
장소: 안산 네스앙스 건물 앞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게재 예정입니다.


태그:#안산국제거리극축제, #거리극, #공연예술, #걸작들, #신호수VS신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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