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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남 여수시 돌산읍 속전에 자리한 '쌍둥이네 흙집'은 시골 할아버지의 정취가 그대로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전남 여수시 돌산읍 속전에 자리한 '쌍둥이네 흙집'은 시골 할아버지의 정취가 그대로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 쌍둥이네 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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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집을 닮고 집은 사람의 마음을 닮습니다!"

집은 사람이 들어가 그냥 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집은 삶의 터전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를 만나고부터 집이 삶의 터전 그 이상인, 그 속에 사는 사람의 철학이 담긴 곳임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8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속전에 둥지를 튼 '쌍둥이네 흙집'을 찾았습니다. 이 흙집은 방문 길을 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몇 차례 묻고서야 접어들 수 있었습니다. 힘의 원천으로서의 터여서 그랬을까, 싶기도 합니다.

싸리문과 장승이 세워진 입구 건너로는 닭집, 그 위 지붕에는 큼지막한 박이 따사로운 햇살에 영글어 가고 있습니다. 봉숭아, 맨드라미, 해바라기가 꽃을 피워 방문객을 추억의 동심의 세계로 이끌고 있습니다.

'쌍둥이네 흙집' 입구는 빠알간 우체통, 싸리문, 장승 등이 찾는 이들을 반깁니다.
 '쌍둥이네 흙집' 입구는 빠알간 우체통, 싸리문, 장승 등이 찾는 이들을 반깁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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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문 건너로 자리잡은 닭집 지붕 위에는 박이 따스한 햇살에 영글어가고 있습니다.
 싸리문 건너로 자리잡은 닭집 지붕 위에는 박이 따스한 햇살에 영글어가고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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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의 맨드라미가 옛적 시골에서 흔하디 흔하게 보던 정감어린 그 때의 추억을 살포시 끄집어 냅니다.
 입구의 맨드라미가 옛적 시골에서 흔하디 흔하게 보던 정감어린 그 때의 추억을 살포시 끄집어 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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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절제된 고향의 멋을 간직한 곳

           무제(無題)
                                                   백종길


따뜻한 봄햇살이 부끄러워 담쟁이로
살짝 감춘 예쁜 돌담 아래로
민들레와 제비꽃이 마실을 나왔습니다


이백년이 넘은 팽나무 그늘 아래로
용머리를 틀어올린 소담한 장독대는
여름 한낮 잠자리가 가장 탐을 내지요


툇마루에 누워 쪽빛 하늘을 보노라면
울밑에 귀뚜라미는 어느덧 가을을 재촉하고…
아궁이 앞에 둘러앉아 구워내는 군고구마의
겨울추억은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리운
고향풍경입니다…


주인장 마음속의 시(詩)처럼 돌로 쌓은 굴뚝과 아름드리 감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그대로 살려 지붕을 만든 모습에서 그의 정성과 자연에 대한 인식을 느끼게 합니다.

호박과 장독대, 쟁기, 검정 고무신, 지게, 종, 옥수수, 멍석, 떡방아, 저울, 독, 소쿠리, 가마솥과 옛 아궁이 등이 과거의 정취를 자아냅니다. 소박하고 절제된 멋스러움에 "야~" 소리가 절로 납니다.

어릴적 토담 아래에서 봉숭아물 들이던 때가 그리워집니다.
 어릴적 토담 아래에서 봉숭아물 들이던 때가 그리워집니다.
ⓒ 쌍둥이네 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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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 흙벽, 아궁이, 가마솥, 검정 고무신 등의 어울림이 가슴을 콩닥이게 합니다.
 통나무, 흙벽, 아궁이, 가마솥, 검정 고무신 등의 어울림이 가슴을 콩닥이게 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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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창문과 어우러진 댐쟁이 넝쿨이 마음을 옛적으로 이끕니다.
 작은 창문과 어우러진 댐쟁이 넝쿨이 마음을 옛적으로 이끕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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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냄새ㆍ나무향이 그윽한 구들방에서 그리운 고향풍경 새기길

내부를 둘러봅니다. 아담한 방에는 전등을 씌운 것까지 옛 정취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방에 딸린 세면장엔 타일 대신 깨진 독 조각을 붙였습니다. 소담스럽다는 말밖에는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누우면 천장으로 하늘이 내비쳐 자연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든 방도 있고, 2층 베란다를 통해 주위 전망 구경이 가능하도록 꾸몄습니다. 방 하나하나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공동 주방에는 주인이 은근슬쩍 간섭하며 고구마와 옥수수 등을 나눌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와서 며칠 밤 머물고픈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하여, 홈페이지 첫 화면에 아무나 넣을 수 없는 하모니카 음율과 '사람은 집을 닮고 집은 사람의 마음을 닮습니다'란 글귀를 넣어 '흙냄새와 나무향이 그윽한 구들방 안에서 기억 속에 아련한 그리운 고향 풍경을 새기길' 바란 것이겠지요.

마침 목포에서 인터넷을 통해 이곳에 온 젊은이들은 "우리 집에, 시골 할머니 집에 온 느낌이며, 평상시에 맛볼 수 없는 여유로운 느낌이어서 흙을 만나 살아 있는 맛"이라고 말합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꼭 들러 편안한 휴식의 맛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굴뚝 같습니다. 이런 이쁜 집을 가꾼 주인장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인터넷 예약으로 목포에서 온 젊은이들은 시골 할머니집에 온, 살아있는 맛을 느낀다고 합니다.
 인터넷 예약으로 목포에서 온 젊은이들은 시골 할머니집에 온, 살아있는 맛을 느낀다고 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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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주인장 백종길(44) 씨와 인터뷰입니다.

직접, 초등학교 교과서를 참고해 시골집을 재현

- 집이 소담스럽고 아기자기하네요?
"화려하고 세련된 펜션이 아닌 고즈넉한 시골집을 콘셉트로 지었습니다. 시골집 분위기를 위해 초등학교 시절 배웠던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들을 참고했습니다. 여기에서는 노는 게 아니라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의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 집은 어떻게 지었나요?
"가족끼리 흙과 나무만을 이용해 2년에 걸쳐 하나하나 지었습니다. 흙은 오염되지 않은 돌산 황토만 사용해고, 통나무와 어우러진 너와지붕과 돌담까지 작은 소품조차도 자연을 거슬리지 않도록 했습니다. 장승도 직접 깎아 세웠구요. 그러고 보면 제가 손재주가 있나봐요. 하하~."

-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는?
"속전은 여수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고, 돌산에서도 숨겨진 오지 속의 오지입니다. 바로 숨겨진 마을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이죠. 물 좋고, 공기 좋고, 풍경 좋고, 끊임없이 새소리가 들리는 이곳이 끌렸습니다. 바람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란 느낌이 좋았습니다. 이 집의 매력은 선뜻 지으려고 달려들지만 쉽게 지을 수 없는 집이라는 겁니다."

주인장 백종길씨.
 주인장 백종길씨.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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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을 하게 된 원인은?
"본래 직업은 웹 디자인입니다. 여수 시내에서 제법 잘 되는 컴퓨터 학원을 15년간 운영하다 '인생의 2모작'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모작의 조건을 먼저 세웠습니다.

첫째, 직원을 쓰지 않고 가족끼리 할 수 있는 사업. 둘째, 투자해서 투자비를 회수하기에 어정쩡하지 않은 사업. 셋째, 내 시간이 되는 사업. 넷째, 늙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사업. 이런 조건에 합당했던 것이 펜박(펜션+민박)이었습니다. 제 취미에도 맞아 후회할 겨를이 없습니다."

- 소품이 특이한데 소품의 주안점은?
"잘 지었다는 집들도 가서 보면 형광등 덮개 등을 실링 처리하여 눈에 거슬립니다. 자잘한 소품이 거슬림이 없게, 울밑에 선 봉숭아·채송화·맨드라미·해바라기 등의 꽃을 보고 동요를 이해하게끔 '동요스럽게' 꾸몄습니다. 그리고 소품을 무더기로 모아 두지 않고 꼭 있어야 할 자리에 하나씩 두어 '소박'과 '절제'를 강조했습니다."

- 숙박 조건은 따로 있나요?
"이곳이 여행자의 쉼터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당일 예약과 놀기 위해 오는 사람은 사양합니다. 방이 비어도 받지 않습니다. 전화와 인터넷 예약이 가능하며, 전화 통화 등으로 집 분위기에 맞지 않다고 느껴지면 사양합니다."

'쌍둥이네 흙집'은 실내에도 절제된 소품으로 멋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쌍둥이네 흙집'은 실내에도 절제된 소품으로 멋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 쌍둥이네 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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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네 흙집' 풍경
 '쌍둥이네 흙집' 풍경
ⓒ 쌍둥이네 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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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뉴스365, SBS U포터,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쌍둥이네 흙집, #휴식, #쉼터, #토담, #시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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